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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안 하면 과태료 3천만 원? 자영업자 등 떠미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 작성
    • coffeeandteamag
    • 날짜
    •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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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턱없이 부족, 공급도 모자라…”기기 바꾸고 싶어도 못 바꿔”

취지는 공감하지만…현장은 지금 ‘혼돈’ 그 자체

2026년 1월 28일. 이 날짜는 전국 15평(50㎡)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잊기 어려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 설치 정책이 이때부터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책을 두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소규모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7)는 최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알아보다가 한숨만 내쉬었다. 처음에는 무인결제 단말기를 교체하라는 안내를 듣고 제품을 검색했지만, 어디에서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상담을 받기 위해 관할 구청에 연락하자 중기부에 문의하라고 했고, 중기부에선 다시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돌려세웠다. 이씨는 “규정은 지키고 싶어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구 하나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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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키오스크란 음성 안내, 점자 키패드, 높이 조절, 수어 영상 기능 등을 갖춘 장애인 친화형 무인단말기를 말한다. 2023년부터 관련 법령이 시행되기 시작했고, 2026년부터는 기존에 일반 키오스크를 설치해놓은 매장이라도 반드시 이 기기로 교체해야 한다. 설치하지 않았다고 바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이 불편함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문제는 그 기기를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인증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제조사는 4곳에 불과하며, 이들이 1년에 공급 가능한 수량은 2,000~5,000대 수준이다. 반면 전국에서 설치 또는 교체가 필요한 자영업자 수요는 수만 건에 달한다. 물량 부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도 제도는 강행되고 있다.

   

가격도 문제다. 현재 인증 제품의 가격은 크기와 사양에 따라 340만 원에서 최대 700만 원에 이른다. 기존 키오스크 가격이 200만 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최대 3배까지 차이 나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대 70%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배정된 예산은 고작 325억 원. 정부 계획대로라면 2,000~5,000대밖에 지원이 안 된다.

게다가 기기 변경에는 단순한 설치비용 외에도 해약 위약금, 바닥 시공, 주변 공간 확보 등 추가 비용이 줄줄이 따른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많은 자영업자들이 키오스크를 포스(POS) 기기와 함께 결합상품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단말기 하나를 바꾸려 해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키오스크를 놓기 위해 테이블을 하나 빼야 하는 좁은 매장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테이블오더’처럼 테이블에 설치하는 소형 주문기기에도 배리어프리 기능을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시장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제조사는 물론 정부조차 “어떤 사양을 넣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또 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제도 완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명확한 일정과 지원 확대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키오스크 도입 취지 자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좋은 취지도 현실과 괴리된 방식으로 시행되면 역효과만 난다”고 말한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 역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꼭 필요하다”면서도 “이 제도가 사회적 합의를 얻으려면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제는 ‘과속’이다. 장애인 접근성 향상이라는 목표는 시대적 요구지만, 실행 방식이 무리하면 정책은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실제로 외식산업협회는 지난 5월 20일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관련해 무기한 유예를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더라도 면밀한 조정과 실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하지 못한다면, 자영업자들은 ‘설치도 못하고 과태료만 떠안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더 많은 트렌드 콘텐츠는 커피앤티 트렌드 카테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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