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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진주’를 만나다, ‘진수’를 맛보다

    • 작성
    • coffeeandteamag
    • 날짜
    • 2025-06-23
    • Post View : 137

[공간] 부부카페를 찾아서(1)

진주 캘리그라피 카페 향기와멋

 

 

싸늘하게 얼어붙은 경기에 손님이 줄면서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커피음료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백 곳 넘게 줄었다. 코로나19의 대유행로 인해 전국민이 패닉상태에 빠졌을 때도 없었던 초유의 현상이다. 커피전문점이 줄어든 건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생활 밀착형 업종도 마찬가지 처지다. 올해 1분기 원스톱 폐업지원신청 건수는 64% 급증했고,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는 코로나 때보다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줄폐업이 일어나면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자영업자도 늘었다. 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자영업자 빚은 지난해 24천억 원에 달한다. 일부 빚을 탕감하거나 조정해달라는 누적 신청액도 지난달 말 20조 원을 넘어섰다.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자영업의 몰락은 곧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의 부실을 뜻한다. 여기에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 고착화할 거란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자리 부족에 따른 창업열기와 과당경쟁 현상이 깔려있지만, 시장경제와 자율을 앞세운 나머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외면한 전 정부의 실정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 와중에도 지역에서 나름의 영역을 지키며 장수하는 카페는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세 가지 측면에서 발견된다. 하나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대도시 메인상권보다는 도시 근교나 지역적 연고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착실하게 자기 영역을 넓혀 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이나 전문인력에 의존하지 않고 주인장이 직접 카페를 일구고 가꿔왔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부부가 함께 일하며 각자의 장점을 살림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경우라면 더욱 금상첨화다.

 

 

진주 평거동에 자리잡고 있는 향기와멋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자, 3대 요건이 온전한 에너지로 발휘되고, 시너지로 나타나고, 노하우로 축적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남편 우병극 대표가 전통적인 커피인의 길을 걸으며 이론적 토대와 콘텐츠를 만들어온 간판이라면, 부인 석남희 씨는 카페의 내실을 챙기고 살림살이 전체를 도맡아 챙겨온 메뉴판이다. 상품기획을 하고, 생두를 골라 사고, 로스팅을 거쳐 상품화하고 마케팅까지 하는 게 우 대표의 역할이고, 수익성을 따지고 셈을 하고 씀씀이를 가다듬는 건 부인의 몫이다.

 

지난달 모처럼 만의 남도순례길에 진주 향기와멋에 들렀다, 그곳에서 만난 부부는 전시장이나 대회장에서 만났을 때보다는 확실히 빛나 보였다. 나만의 세계에서 나만의 커피를 하고 있는 사람들, 그 길을 26년째, 부인과 함께 걷고 있는 외길인생의 향기가 묻어나오기 때문이리라.(편집자 주)

 

 

 

팬데믹 이후 국내 커피 관련산업과 카페문화가 불황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세의 난맥상과 국내 정치경제의 비효율성이 겹친 결과라 여겨지는데요, 향기와멋의 경우에는 그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요?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성장과 홈카페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 지향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디카페인 커피를 도입하고 콘텐츠와 옵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내 커피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지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혁신적인 전략을 도입하는 브랜드들이 살아남고 있습니다. 향기와멋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을 추구하려 합니다.

 

커피나 관련사업을 오래 해온 분들 사이에서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에 따른 돌파구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커피산업이 예전처럼 호황을 누리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내수 소비침체, 원두가격 상승, 임대료 및 인건비 부담 증가, 그리고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과포화 등이 꼽힙니다. 특히, 국제 커피생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전문점들의 원가부담이 커졌고, 소비자들의 지출감소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뉴 및 서비스 차별화하여 단순한 커피판매를 넘어 식사 대용 메뉴를 강화하거나, 스페셜 원두를 활용한 고급화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 타개책이라고 봅니다.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적극 활용하고, 배달 및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카페를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대안이 되겠지요. 독서공간, 음악공연, 아트갤러리 등을 결합한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한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커피에 입문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커피 관련사업과 카페 운영이 본인의 성격이나 체질, 신념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90년 초 우연히 만난 사이폰커피의 매력에 반했어요. 하지만 향기는 좋은데 맛은 끔찍했지요. 보기는 좋은 떡이 맛은 없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여기에 맛을 더하면 좋겠다 싶어 ‘향기와멋’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됐어요.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해서 그런지, 20대부터 커피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60대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까 고민하던 끝에 커피를 선택했습니다. 커피를 인생의 축으로 잡고 여러 가지 일을 했고, 그 결과물이 향기와멋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향기와멋 만의 특징, 독특한 정서나 특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커피는 향기가 전부인 기호음료입니다. 향기로워야 하고, 맛과 멋이 있어야 하죠,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발휘될 때 진정한 멋스러움이 완성된다고 봅니다. 인위적인 폼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편하고 쉬운 길은 아니지만 멀리 보고 차분히, 뚜벅뚜벅 나만의 길을 가다보면 마음이 가고 몸이 먼저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 같아요. 조금씩, 쉬엄쉬엄 익어간다고 할까요? 곡식이나 과일처럼…

스타벅스 1호점이 들어섰던 1999년 아내와 둘이 시작했어요. 시행착오도 겪었고, 투닥거리기도 했지만, 향기와멋이라는 간판이 부끄럽지 않은 카페, 그에 걸맞는 맛과 멋을 선사하는 커피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하나씩 덧대온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손님은 많이 줄었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동네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거든요.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등 안팎으로 부인의 입김과 손길이 많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캘리그라피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자랑 좀 해주시죠.

아내는 서예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특기를 살려서 드립백 봉투에 하나하나 맞춤형 캘리그라피를 직접 써서 차별화를 꾀했어요. 아마도 드립백 봉투에 일일이 직접 감미로운 문구를 써넣은 캘리그라피 드립백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무이 아닐까요? 지금도 원하는 문구를 바로 써서 포장하는 주문형 드립백을 제작해서 판매합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선물로 많이 찾는 편이죠.

 

 

대표님은 커피업계의 야인으로 통합니다. 남모르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큰 고비는 언제 어떤 것이었고,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나름의 소신과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실눈 뜨고 보는 이도 있었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었죠. 오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나만의 길을 걸어왔고. 어느덧 사반세기가 훌쩍 자났네요.
60살이 되면 ‘My Way’를 잘 부르고 싶었어요. 60이 넘은 지금, 어느 정도 잘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완성이라고 자만하지는 않아요. 어차피 인생은 과정이므로…

 

대외활동도 꾸준히 해오셨죠? 최근에는 관련 대회에도 많이 참여하고 계시는데,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직접 선수로 참여하고 계신 이유가 뭘까요? 대회참여를 통해 얻은 성과나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대회 많이 참가했죠. 소문날 만큼 많이 나갔지만, 입상하거나 상금 때문은 아닙니다. 승부욕이 없다랄까요. 이기려고 하고, 경쟁할 거였으면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즐기는 거죠. 그 설레임과 떨림이 짜릿하고 간절하다고나 할까요. 수십 번을 나갔는데도 대회장에 올라가면 발발 떨립니다.

60이 넘어서니 조금은 좋아졌지만, 체질이 아닌 건 아닌 거죠. 무엇보다 거기에서 젊은이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어울리고, 같이 호흡한다는 거 자체가 좋습니다.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거죠.

 

 

유아독존과 각개전투 경향이 국내 커피업계의 고질병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전국 카페를 아우르는 카페 네트워크를 통해 힘을 키우고 시너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시는지요?

정치판에 ‘유아독존’이 있는 것처럼 커피판에도 ‘유아독종’이 종종 보이는 것 같아요. 한 5년 하면 가르치려 듭니다. 10년쯤 하면 선생질하려 들고요. 가게가 좀 크고 좋으면 크면 잘난 줄 으시대고, 로스터기가 비싸고 좋으면 로스팅을 잘 하는 줄 알죠. 커피기계만 좋으면 잘 뽑는 줄 착각하기도 하고… 1 kg에 20~30만원씩 하는 생두를 덜컥 사고, 한 잔에 몇 만원 하는 커피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하지만 커피가 밥값보다 비싸면 그게 어디 커핍니까? 사치지.

밥이 밥이듯 커피는 어디까지나 커피여야 한다고 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과 임우에 충실할 때 비로소 전체가 완성되는 거 아니겠어요. 가족이나 사회, 국가가 그렇듯…

 

요즘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위생과 환경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문제는 이미 우리 앞에 바짝 닥쳐온 시급한 현안이자 절대절명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카페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요, 이 화두는 어떻게 풀고 계시는지요?

삶의 품격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절입니다. 커피 한 잔에도 자연을 향한 감사,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단지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와 습관을 함께 제안하고 공유하는 카페를 지향합니다.

 

 

카페를 가리켜 사랑방이라 일컫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거장이란, 다분히 공익적이고 공유적인 공간개념을 대입하는 사례도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카페 역시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이거나 자영업자이고, 수익성 극대화와 지속가능한 경영이 절대미덕인 사업체입니다.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카페는 어떤 쪽을 더 돌아보고 살펴야 할까요? 카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요?

말이 좋아서 사랑방이지, 개인카페가 공공사업을 하는 건 아니죠. 수익을 내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건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는 매장이라면, 사람들의 발길이 오래 머물지 않겠죠. 이익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철학이 없다면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공익을 추구하는 힘은 결국 건전한 사익에서 나옵니다. 문화기획 카페, 환경운동 카페, 사회적 기업 형태의 카페 등 사례는 얼마든지 있죠.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더 큰 사회적 기여도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이는 선택이지 의무는 아닙니다. 지속가능성과 현실성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카페창업을 생각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먼저, 반드시 배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기타 배워서 버스킹 나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커피 좋아하면 카페는 차릴 수 있죠. 하지만 성공과 롱런을 보장하긴 어렵죠. 무조건 배워야 합니다. 커피는 미세한 차이도 크게 느껴지는 감성음료입니다. 실력은 물론 무성의까지 드러나죠. 그럴 의사가 없고 의지가 없다면 그 열정으로 가수, 연주자, 화가, 모델 하세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잘못 하는데도 잘한다고 입에 발린 소리 하는 분위기도 문젭니다. 맛이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줘야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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