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호(NO.271) 커피앤티 매거진에 이한용 대표님의 원고가 잘못 소개됐습니다. 편집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해 혼선을 드린 점에 대하여 이한용 대표님과 독자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전해드리며, 온라인 상으로 전체 콘텐츠를 공개합니다. 이한용의 지상A/S #8스케일필터는 언제 어디나 꼭 필요할까?필터와 스케일Author 이한용 더존커피랩 대표 지난 호에 사전 고지 드린 바와 같이 이번 호에는 스케일과 필터의 상관관계를 중점적으로 말씀드리려고 한다. 이미 알고 계실 테지만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약간의 설명을 보태려 한다. 필터라는 말을 우리말로 바꿔보면 ‘거른다’ 혹은 ‘거르는 도구’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바리스타 교육에서 필터바스켓과 분쇄 원두의 굵기와 에스프레소 추출액의 추출속도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때 유용하게 거론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바구니이다. 바구니는 구멍이 뚫려 물과 야채나 음식 따위와 구분 지어준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세탁기에도 보풀과 불순물을 걸러주는 필터가 장착되어 있고, 창문이나 베란다 혹은 출입문에도 유해 해충과의 원치 않는 동거를 막기 위해 방충망 같은 일종의 필터를 사용한다. 또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그물은 촘촘하면 멸치처럼 작은 물고기를 잡고, 그렇지 않으면 큰 물고기를 잡는 데 이용한다.커피와 추출액을 ‘걸러줌’에 이용하는 종이필터나 필터바스켓을 논외로 하고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사전에 물속에서 불순물을 걸러주는 필터에 대해 논해보고 스케일 필터에 대해 서술하도록 한다. 최근 브루잉(핸드드립) 대회를 보면 다양한 물 상태로의 연출이 두드러지는 흐름을 볼 수 있다. 물의 온도나 원두량, 분쇄된 크기, 필터의 거름정도나 드립퍼의 형태와 구멍 개수 드리퍼 소재의 열전도율이나 잠열(열을 보존하는 특성), 물 흐름을 제어하는 리브의 모양이나 형태, 각도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이슈가 있는데, 바로 물의 경도에 관한 이슈다. 물 붓기의 유속과 낙차, 뜸 들이기와 유량도 추출된 커피의 농도와 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만한 것들이지만, 굳이 지면에 열거한 이유는 그 모든 것들이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물의 특성(경도) 변수와 사용환경 변수는 커피맛과 장비 사용의 내구연한에 주효한 작용을 한다. 보통 우리가 필터를 선정할 때 우리보다 커피를 일찍 시작한 외국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국내의 사용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이해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지할 사실은 사용환경의 다름 때문에 필터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필터 선택의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특히 물의 경도와 커피의 맛, 그리고 커피머신을 보다 오래 유지하기 위한 스케일필터는 효율적인가 하는 부분에서 사용환경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글에서 서술하는 것이 실제 사용환경에서 완벽히 적용 가능한가 하는 문제도 여전히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이해를 돕기 위한 지식의 한 꼭지 정도로 여기는 것이 좋겠다. 이전 호에서 커피머신의 온수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의 유용함을 역설했는데, 이때 설명했던 말이 소금물의 증발과 소금의 농도였다. 스케일이 생성된 온수에서 스팀레버를 통해 순수만을 증발시키면 보일러에 남아있는 물은 스케일 농도가 점진적으로 짙어진다. 반면에 온수레버나 버튼을 통해 농축된 보일러의 물을 배출하고 새로운 물을 유입하면 농도는 상대적으로 옅어진다.다만 반대로 스팀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잦은 온수사용이 반대로 스케일을 보일러 내벽에 침착시키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을 부인할 수 없다. 나아가 손님이 몰려드는 러시타임에는 자칫 잦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온수사용이 보일러 온도를 낮춰 추출수 온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곧 추출수율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과유불급이라 하겠다. 하이엔드 머신이라 불리는 아주 고가의 머신을 제외하면 제조국에서의 소비자가 장비가격에 대한 부담은 한국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과는 다른 것이 된다. 생활수준에 따른 소비자 물가지수가 다를뿐더러 수입에 드는 물류비와 관세 그리고 수입업자와 유통업자의 도소매 마진을 빼고 나면 제조국에서는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보다는 수리비가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 여겨진다. 반대로 한국에서의 사용환경은 앞서 설명한 여타의 세금과 유통경로에서의 마진들을 지불하려면 새로 구입하는 것보다 수리하는 것이 약간은 유리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전 글에서 올바른 유지관리와 사용은 가장 저렴한 A/S라 누차 강조드린 바 있다. 한국은 유럽에 비해 수돗물의 경도가 낮은 편이다. 톡 쏘는 맛 때문에 유명한 수입 광천수보다 한국의 수돗물 환경이 한국인의 건강이나 커피추출에 있어서 유리한 환경임이 자명하다. 물의 경도와 미네랄양과 미네랄 종류 분포의 다름 역시 필터의 역할과 기능이 주는 효과가 다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큰 그물로는 큰 물고기를, 가는 그물로는 작은 고기를 잡는 것처럼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른데 스케일 필터의 주된 역할은 무엇인가를 걸러내는 기능이 아닌 탓에 많은 초보 커피인들의 오해가 생기기 쉽다. 보편적으로는 물을 거르지 않고 오히려 물에 다른 첨가물(인산염)을 녹여 물속의 미네랄들이 서로 엉겨서 큰 덩어리인 스케일이 되지 않게 하는 역할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스케일 필터를 사용해 제빙기에 연결하는 것은 오히려 수돗물에 불순물만 첨가한 꼴이 되니 적절하지 못한 사용이 된다. 필터링 후에 첨가물을 녹여내는 방식의 필터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교체주기가 빠르다. 이는 제한된 필터의 부피 안에 두 가지 기능을 모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야기된다. 첨가물의 양이 적어지거나 물을 걸러주는 필터가 적음으로서 수명이 짧아 잦은 교체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표시된 사용량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막히는 당황스러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국산 필터를 선호한다. 수도 배관의 노후에 따른 녹물이나 상대적으로 높은 경도의 지하수 등 사용환경에 따라 필터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커피맛 때문에 미네랄을 오히려 추가하는 필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커피머신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후에 가수(첨가)하는 물에 별도로 적용하는 기지를 발휘하는 게 현명하다 판단된다.필터의 교환주기는 갤런이나 리터로 표기되어 있는데, 가장 많이 쓰는 수입제품의 경우 보통 3만 리터 정도이고, 복합필터는 대략 2만 리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국내 제조품 같은 경우 오히려 커피 선진국에 수출하고 있고, 그 용량은 7만 리터를 넘는다. 필터 교체주기가 3만 리터라고 하면 16온즈 잔으로 음료를 만들 때 대략 6만 컵을 만들 수 있고, 이를 365일로 환산하면 160잔 정도가 된다.160잔을 1000원 커피로 계산해도 매일 카페 매출은 커피 판매의 대략 두 배인 30만 원이고, 만약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3000원 정도로 판매한다면 하루 매출 90만 원 이상이 나올 때 1년을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매출에 따른 오해를 없애기 위해 단순히 하루 판매 잔수를 대입하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어떤 필터의 경우 두 가지 기능으로 인해 수명이 표시기한보다 짧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매장이 3개월이나 6개월에 필터를 교체해야 할 정도로 주기가 짧지는 않다. 다만 인지도가 없는 필터보다는 인지도 있는 제품을 더 추천드린다. 물의 경도에 따른 커피맛 그리고 커피머신의 온수를 음용수나 청소용으로 쓰든 간에 어느 정도 상호작용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사용환경이라면 굳이 스케일필터를 별도로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커피머신의 스케일로 인한 내구성, 지금처럼 장맛비가 많이 내려 평균보다 경도가 높은 때를 제외하면 카본필터만을 통과한 물이 스케일필터를 통과한 물보다 커피맛이 더 좋다. (사용하는 원두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때문에 변수를 간과하면 안 된다. 그 하나하나의 변수가 대체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 묻는다면 지식의 한계를 지면의 한계라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보다 낫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소위 전문가 집단과 소비자가 느끼는 커피맛에 괴리가 생긴다. 기호를 배제하고 물의 경도에 따른 커피수율 데이터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소비자들의 맛의 기준도 많이 상향되어 다행히 전문가 집단과의 간극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다만 물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전처리 필터나 카본필터를 카페 점주나 사용자가 제때 인식하고 주기별로 교체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기에 많은 엔지니어들이 스케일필터를 설치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많은 설치현장 복합필터나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필터나 혹은 카본필터만 설치한 경우를 바라보면서 그분들이 커피장비를 이용하는 점주나 소비자를 배려한 때문인지, 혹은 상업적 이유 때문인지 필자 역시 그 모호한 경계 어디쯤에서 스케일필터 사용을 소비자에게 강권하거나 역설하기 때문에 그 평가가 조심스럽다. 불편한 대입일지는 모르겠으나, 생명을 살리는 의사 역시 환자들의 지불이 없이는 자신들의 생계수단이 모호해지는 것처럼 필자나 다른 엔지니어분들 역시 자신들의 생계와 필연적인 부분들을 전혀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변수에 따라 많은 부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커피교육을 할 때 커피는 음식이고 음식에는 고유한 문화가 깃들기 때문에 그저 커피를 즐기는 분들이나 수강생일지라도 모두를 박사급에 준하는 전문가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주창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기술은 어쩌고 저쩌고 소비자의 사전이해 탓으로 돌리려니 여간 찜찜하지 않다. 70대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설명하는 것이 필자 나름의 원칙인데 잘 지켜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Author 이한용더존커피랩 대표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개혁총회 목사로스터 겸 카페 컨설턴트디지털 크리에이터SNS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