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취향을 아우르기 위해티턴 로스터스(TETON) 에디터/포토 지우탁 티턴 로스터스는 작년 9월에 오픈한,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브랜드다. 신생 브랜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미 인근 커피 마니아를 비롯해 업계 종사자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공간.서울이나 부산 등 커피 소비와 문화의 확산이 활발한 지역에 비하면 천안은 상대적으로 커피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직 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티턴 로스터스를 찾는 이들 중 대부분은 이곳의 비주얼이나 SNS 감성이 아닌, 커피 그 자체를 보고 방문하고 있다. 골목길 안쪽에서 딱 봐도 주변 풍경과 다르게 눈에 띄는 공간. 티턴 로스터스 김윤서 대표를 만나 그 배경을 들어봤다. 이전부터 커피를 쭉 해왔던 그는 앞서 2021년도에 개인 카페 브랜드를 창업하여 운영한 경험이 있다. 당시는 SNS를 통한 핫플레이스들이 대거 등장하던 시기. 더 깊이 있는 커피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여건 등을 고려해 상업적인 성격을 좀 더 강조한 브랜드였다. "커피 자체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동시에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 방향성을 정했고요. 결과적으로는 무척 잘 됐다고 생각해요. 천안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와 주시는 핫플 느낌의 카페로 자리 잡았거든요. 그런데 또 손님들이 항상 북적거리는 상태다 보니까 메뉴나 제공되는 서비스 퀄리티도 처음 생각한 것만큼 지켜지지 않고, 보여드릴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그때도 로스팅을 하고는 있었거든요." 현실적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보여주고 싶었던 커피를 소개하는 일도 소홀하지는 않고자 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핫플레이스 카페였지만 브루잉 커피에도 신경을 썼고, 아메리카노도 약간의 산미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운영하는 카페의 성격으로 봤을 때는 맞지 않는 옷이었던 걸까. 카페이자 곧 쇼룸결심을 한 후 그는 곧장 준비에 들어갔다. 그가 떠올린 새로운 매장의 형태는 브랜드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쇼룸이었다. "그때 서울에서 가구 브랜드의 쇼룸 같은 곳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카페가 아니라 약간 브랜드 쇼룸의 인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실제로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도 이런 생각을 반영했고요."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카페라는 기능은 공간에 담아내면서도 공간을 찾은 이들이 이곳을 단순히 '카페'보다는 티턴 로스터스라는 브랜드의 쇼룸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티턴 로스터스의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목적에 따라 영역이 분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주문을 받고 응대를 하는 공간과 손님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분리되어 있어요. 또 베이킹 존과 커피를 추출하는 영역, 브루잉을 하는 바도 구분이 되어 있죠. 안쪽으로는 로스팅 룸이 마련되어 있고요. 조금 더 분야마다 전문성이 보이게끔 구성을 했어요." 다양한 스펙트럼의 메뉴 티턴 로스터스에서는 8~9가지의 커피 베리에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브루잉 커피는 평균적으로 5~6가지를 준비한다. 논커피 메뉴도 티를 포함하면 대략 7가지. 로스터리인 만큼 커피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들었던 때도 있었다. "단골손님분들 중 한 분이 방문하는 카페마다 바닐라 라떼만 드실 정도로 정말 좋아하시는데, 어떤 바닐라 시럽을 쓰는 지도 맞추실 정도더라고요. 이 정도로 메뉴 하나를 깊게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런 분들 한 분 한 분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논커피나 다른 메뉴에도 많이 신경을 쓰고 있어요. 실제로 시럽도 다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고요." 논커피에 들어가는 청도 직접 냉침해서 사용한다. 메뉴의 수 자체가 무척 다양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선에서 더 높은 퀄리티로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디저트도 과거 무난한 케이크나 구움 과자류만 제공했던 것에서 이제는 브랜드 쇼룸의 성격에 맞춰 제철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만들어 보면서 커피랑 어울리는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이전에는 디저트가 커피를 해친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커피와 같이 먹을 때 시너지가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스팅이미 많은 카페에서 사용되고 있는 티턴 로스터스의 커피는 대표이자 헤드 로스터인 김윤서 로스터가 책임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점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의 실력자라고 할 수 있다. "그냥 하나의 그림처럼 본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것 하나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잡고 있는 프로파일을 한 가지를 기준으로 커피에 따라,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디테일만 조절하는 식이예요. 로스터의 스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로스터기 자체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고 봐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로스터도 엔지니어고, 로스팅도 로스팅이지만 유지보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로스팅이 중요한 만큼 로스터기를 분해해서 청소하고 조립하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는 "스스로가 생산하는 커피가 납품의 비중이 큰 만큼 더 유지보수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항상 일관성 있는 퀄리티의 커피를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만큼 기반이 되는 설비에 신경을 쓰고 관리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 로스터기를 모두 분해해서 청소를 하고 덕트를 닦는 등 철저하게 체크를 한다고. 그의 말을 들으며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잘 설계된 생산 라인, 시스템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는 곧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자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나 주변 지인분들이 천안에서 커피 잘하는 곳을 물어보시기도 하고, 저한테 커피를 잘하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커피를 잘하는 건 뭘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어딜 가나 핫하고 유명한 카페나 커피를 잘한다고 알려진 카페를 가보면 찾아온 손님들이 다양한 음료를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커피를 잘한다는 건 모든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피를 잘한다는 것'의 기준으로 그가 선택한 것은 수많은 취향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를 고스란히 그가 만든 브랜드에 담았다. 스스로가 어떤 브랜드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형성이 되고 차츰 일상에 가까워지는 브랜드를 생각하며 만든 것이 티턴 로스터스인 셈. 지금 이 공간, 브랜드에 몰리는 관심과 발걸음을 생각하면 그가 세운 기준은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 티턴 로스터스충남 천안시 동남구 먹거리7길 14 1층@tetonroasters 월간 커피앤티 7월호(NO.270)의 내용 일부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 만나보기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