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과 커피의 조화로 빚어낸담백한 경험이 있는 공간한 모금과 한 입으로 마주하는 정서, 자하 서울 에디터·포토 지우탁 경복궁역 7번 출구에서 안쪽으로 들어서면 번화한 도심의 풍경이 동네 골목길로 변한다. 차분한 색채와 곳곳의 작은 공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내수동, 이곳이 바로 자하서울의 새로운 보금자리다.첫 매장이 자리하고 있던 서촌을 떠나 자하서울이 위치한 곳은 건물의 4층,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만큼 카페 자리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는 접근성을 생각하면 의아할 수 있지만 자하서울을 알고 있던 이들도, 새롭게 방문한 이들도 모두 기꺼이 찾을 만큼 애정하는 브랜드이자 공간이다. 그 배경에는 어떤 이야기와 유대가 있을까? 커피와 떡의 교집합, 자하서울의 조정재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자하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전부터 커피를 꾸준하게 해 왔던 조정재 대표는 2018년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고, 여느 때처럼 로스터리 투어를 즐기고 있었다. “한 카페를 들어갔는데 손님들이 저마다 찹쌀떡을 하나씩 손에 들고 있더라고요. 역으로 따라가 보니 작고 예쁜 떡집이 하나 있었어요. 그곳에서 찹쌀떡을 사서 근처 로스터리에서 좋아하는 커피와 함께 먹는 것이 그들의 문화였던 거죠.” 마침 오랫동안 떡을 해오고 있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가 마주한 문화처럼 떡과 커피를 함께 소개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는 곧 자하의 출발이 되었다. 담백한 이름이 좋아서, 자하오랫동안 쭉 서촌에서 지내온 조정재 대표는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자신의 배경인 서촌이 담겨 있는 이름을 찾고자 했다. 자신이 느껴왔던 서촌답게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동네 이름이 담긴 명칭을 찾다가 ‘자하’라는 이름을 찾았는데, 직역하면 보랏빛 노을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예쁜 이름으로 잘 지었다고들 해주시곤 하는데, 사실 저는 거창한 뜻을 담기보다는 담백한 이름이 좋아서 자하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그냥 동네 이름이에요’라고 할 정도니까요.” 그때의 마음가짐은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 올해 1월, 지금의 자리에 새롭게 공간을 마련한 뒤로도 변함없었다. 실제로 자하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번화가라기보다는 동네 한편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곳으로, 한적하면서도 햇살이 잘 들어오는 편안한 분위기다. 명확한 기준, 최적의 선택지금은 자하를 이야기할 때 떡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지만 조정재 대표가 처음부터 아이템으로 떡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무조건 꼭 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알아보고 주변의 것들을 살핀 결과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전히 커피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가족이 떡에 특기가 있어서 더 눈에 들어온 것 같아요. 만약 어머니가 떡이 아닌 빵이나 다른 종류의 디저트를 해오셨다면 그에 맞춰 컨셉을 잡고 방향을 설정했을 것 같아요.” 앞서 오사카 여행에서 사람들이 떡과 커피를 함께 즐기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고 자신의 아이템으로 고려한 것 또한 이런 평소의 생각, 관성이 작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보이는 것, 유행하는 것을 쫒기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조건을 분명히 하고 그에 맞춰 최적의 선택을 이어가는 것. 이런 원인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점이 많은 이들이 애정하는 자하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닐까. “커피도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로 내려드리고 있어요. 프로바티노 type2 로스터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특유의 특성에 맞는 로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물로는 단맛과 바디는 충분하면서도 강한 열풍으로 인한 깨끗함을 가진 커피가 나와요. 한 잔을 다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커피예요.” 실제로 인터뷰를 하며 마신 케냐 커피는 텁텁한 맛이나 걸리는 부분이 전혀 없이 깔끔하면서도 선명한 개성이 느껴지는 커피였다. 하얀 도화지에 연한 색상을 입히고 밸런스 있게 포인트를 준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함께 준비된 밤떡과의 페어링 또한 무척 매력적이었다. 비싸고 희소한 커피가 아니더라도 명확한 기준과 섬세한 과정을 거치면 얼마든지 이를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남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떡과 커피 그리고 공간자하에서는 십여 가지 종류의 다양한 찹쌀떡과 인절미 그리고 약과 등의 떡을 만나볼 수 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브루잉 라인업이 모두 준비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부분은 단맛의 역할을 떡이 해주기 때문에 시럽이나 크림이 들어가는 커피 메뉴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커피와 함께 즐기는 떡은 단맛은 물론,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식감 등 하나 이상의 다양한 감각을 더해줌으로써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기본에 충실한 떡과 커피를 소개하려 해요. 개인적으로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서울은 또 특히나 더 그런 느낌이 강하고요.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들로 가득한 서울에서 공간과 음식을 통해 담백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고 싶어요." 공간 또한 누가, 언제 찾아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며 준비했다. 자하의 본질은 떡과 커피인 만큼, ‘떡과 커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드리자.’가 가장 핵심이었다. 공간은 곧 바탕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바탕을 위한 생각이 바로 ‘스케치북을 만들자’ 였어요. 브랜드에서 공간의 역할을 스케치북(바탕)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면 그림의 주제는 떡과 커피가, 그림의 내용은 떡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스케치북(바탕)으로 무언가 표현하지 않으려 했어요. 떡과 커피가 바뀌어도, 즐기는 사람이 그 누구든 담아낼 수 있는 하얀 스케치북을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이 반영된 자하는 누가 봐도 깔끔하다고 느낄 정도로 여백과 잘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톤다운된 색채에 우드 소재의 가구들 그리고 최소한의 수직선으로 이루어진 모습이 바로 그가 만든 스케치북인 셈이다. ..중략.. 자하 서울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2길 7 4층@jaha_seoul 커피앤티 10월호(NO.261)의 내용을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카페 트렌드 매거진 커피앤티를 매월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