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커피로스팅클럽(GCRC)의 커피문화 교류 계획은 2024년 강릉에서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 강릉 발전전략 포럼’ 개최 이후 기획되었다.
강릉시에서 개최한 이 포럼 이후 자료검색을 해보게 되었고, 베트남 달랏 시도 강릉시와 같은 해에 유네스코 창의도시 음악분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에 가입된 곳임을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커피와 문화가 하나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임에서는 지난 2022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미식분야를 준비하고 있던 강릉시의 요청으로 2021년부터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에서 유네스코 가입 준비하고 있던 김해시를 방문한 바 있다. ‘커피도시 강릉’ 홍보를 겸한 이 방문을 계기로 두 도시 간의 교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릉시는 2023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미식(음식) 분야로 지정되었고, 김해시는 2021년 11월 유네스코 창의도시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로 선정되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강릉이 커피도시가 된 배경에는 문화도시이자 자연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이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커피 명인과 함께 국내 커피 성지로 여겨지는 카페거리, 수많은 커피 애호가를 탄생시킨 커피 관련 교육과 창업러시, 단순한 음료에서 문화로의 확산을 꾀했던 커피축제 등 다양한 시도들이 바탕이 되었다.
2011년 커피 관련 교육을 받던 현 회원들이 의기투합해 탄생시킨 강릉커피로스팅클럽은 2011년 제3회 강릉커피축제에 로스팅체험관 운영을 시작으로 커피도시 강릉과 강릉커피 홍보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우리 스스로 커피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커피 로스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커피를 주제로 한 교류 활성화를 통해 지역 교류사업에 나서는 한편, 커피 정보 공유를 통해 회원과 지역 커피 애호가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단순한 커피음료에서 문화로
베트남 달랏 커피농장 견학은 이런 대내외적 노력의 일환이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며, 그 중에서도 달랏은 베트남 센트럴 하이랜드에서 생산된 커피로 커피 애호가들에게 풍부한 맛과 향, 색다른 체험을 안겨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강릉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산업 발전과 국제적 교류 사업에 부합하는 완벽한 견학지라고 할 수 있다.
달랏 시내 외곽에는 크고 작은 커피농장들이 즐비했다. 그 중에서도 시내에서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00커피농장은 강릉커피로스팅클럽 회원들이 가볍게 커피농장을 들러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6월의 커피농장에는 커피꽃은 거의 진 상태로 녹색 체리들로 알알이 맺혀 있었다. 가끔은 늦게 피어난 꽃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동 통로를 이용해야 하기에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농장에는 커피의 3대 품종인 아라비카, 카네포라, 리베리카 종이 모두 있었다. 특히 잎의 크기가 남다른 리베리카종이 눈에 띄었다. 수확시기가 되지 않아 수확, 가공방법은 볼 수 없기에 안내인의 설명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아라비카, 카네포라, 리베리카
달랏 지역의 기후와 토양 조건이 커피 재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아라비카와, 카네포라 종의 샘플 로스팅을 체험할 수 있었다. 농장 견학 과정에서 회원들은 샘플로스팅을 통해 각자의 로스팅 방법과 차이점, 방법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카네포라를 제안받았지만 아라비카와 모카커피를 선택하여 샘플 로스팅을 진행했다. 체험장에 특별히 준비된 1kg 로스터기를 이용한 로스팅 기회가 주어졌다. 해발 1,500미터의 고원지대에서 자라나는 커피의 특성과 맛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강릉의 지리적 특성과 비교해보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베트남식 커피 드리퍼 ‘카페 핀’을 사용해 천천히 내리는 과정과 함께 원추형 드립퍼를 사용해 추출하며 비교하여 맛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베트남의 고유한 커피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이해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강릉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챙길 수 있었다.
베트남 커피와 강릉 커피
커피농장 견학을 통해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했으나 소통창구의 부재로 당장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민간 교류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차후 커피 생산 농장 운영진과 강릉커피로스팅클럽 회원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영국 커피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협력이 이뤄졌으면 한다.
농장 운영진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안내자의 설명으 ㄹ통해 지속가능한 커피농업, 환경을 고려한 커피생산과 소비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서 강릉이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 설정 면에서도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흥미로웠던 것은 베트남의 커피문화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영향과 동남아시아 고유의 전통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강릉의 커피문화가 현대적 카페문화와 전통적인 차문화가 만나면서 형성된 것과 유사하다. 두 지역 모두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계 속의 강릉으로!
베트남 달랏 커피농장 견학을 마치고 돌아온 강릉커피로스팅클럽 회원들의 마음에는 새로운 비전이 자리잡았다. 이번 견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커피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라는 깨달음일 것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강릉이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서 추구해야 할 방향이 더욱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 천년의 차문화 전통 위에 현대적 커피 문화를 접목시키되, 다른 커피도시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더욱 풍성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릉커피로스팅클럽은 이번 견학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커피관련 교류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릉이 진정한 의미의 커피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커피 도시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베트남 달랏이 커피 농장 방문이 그 출발점이 되어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하와이 등 세계 각지의 커피도시들과의 교류로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ㅣ손부기(강릉커피로스팅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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